욕심내지 않고 소박한 삶을 꿈꾸었나.
있는 대로, 얻는 만큼 내어주며 살고 싶다.
어릴 적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던 집 앞 담벼락이 사라졌다.
비 내리면 뛰어놀다가 잠시 빗줄기 사이 넘어 한여름 풍경에 젖을 수 있게 해주던 구멍가게의 처마도 사라졌다.
사라진 것이 그리운, 아무것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던 그 시절이 소박했다.
나에게는 땅과 비, 품어주었던 산이면 족했다.
그 시절, 그곳에 언젠가 다시 돌아오라는 말을 누군가 해준 것만 같다.
돌아갈 수 있다면 비를 맞고 그때 그 자리에 서고 싶다.
비가 데려온 한기를 찬 바람 들어오는 욕실에서 온수와 함께 보냈던 그때.